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마늘의 눈물/최송희

그동안 바빠서 하지못하고 미루어왔던 마늘심기를 이제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아는 집사님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농촌에서 자랐기에 농사일이 어떤것인지 잘 아시는 그분들은 오자마자 팔을 걷어부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함께 마늘을 쪼개고 골라낸후 고랑을 파 몇접이나 되는 마늘을 다 심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매운 추위가 살을 파고드는 속에서도 내 일처럼 끝까지 정성스레 마늘을 심어준 그분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마늘은 한쪽씩 따로 떼어서 씨로 심는데 봄에 심는 다른 작물과 달리 늦가을에 심어야하는 작물입니다. 얼기 직전의 땅을 파서 한쪽씩 뉘어놓는데 그 하얀 맨살에 닿을 차가움이 어쩐지 안스럽게 여겨집니다.

언 땅속에서 혹한의 겨울을 견뎌낸 후 봄이 되면 싹이 틀겁니다.
춥기때문에 더 길게 느껴질 겨울을 지내야할 마늘들을 바라보면서 마늘을 심는 집사님의 겨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믿었던 지체에 대한 원망때문에 공동체를 떠나있는 그분에겐 지금이 신앙의 겨울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속에 심어진 예수 씨앗이 싹으로 움틀 봄이 올것을 기다립니다.
그때까지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않는 혹독한 겨울을 절감하며 사실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날 저녁 마음의 병때문에 늘 겨울처럼 떨고 사는 딸이 전화를 해서 힘들어 견딜수 없다고 울먹입니다. 제 힘으로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추운 땅속에 누운 마늘을 생각했습니다.

언제 딸의 싹이 돋아나는 봄이 올건지 저는 모릅니다.
어쩌면 그 병이 평생 계속될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살고있지만 그래도 마늘처럼 추운 땅속에서 엉엉 우는 딸이 너무 불쌍해서 제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어떤 식물도 흉내낼수 없는 매운맛과 영양으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양념인 마늘이 되는건 아마 추운 겨울을 이겨낸 힘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같은 지체들의 고난을 생각하며 그들이 마늘같이 귀한 인생이 될거라 기대합니다. 수은주가 영하 8도이하로 떨어진 다음날 아침 마늘밭을 바라보면서 마늘을 심어준 집사님과 지체들, 그리고저의 딸을 위해 절로 기도가 나옵니다.

생마늘을 먹고 매워 눈물이 난다면, 마늘을 까다가 매워 눈물이 난다면 언 땅속에서 흘렸을 마늘의 눈물을 생각해보세요.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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