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퍼온글]우동 한 그릇에 담긴 지혜

 "안 돼요. 그러면 도리어 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요."
우동집 북해정의 주방에서 일하는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의 한 장면이죠. 우동집 여주인은 우동 1인분 주문을 받고 주방에 들어와 남편에게 "여보, 3인분 줍시다"하고 속삭였습니다. 남편은 그러나 1년 전처럼 우동 하나 반을 삶았습니다.

홀의 세 모자는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 맛있네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는 카운터에서 150엔을 지불하고 북해정을 나섰습니다. 낡은 반코트를 입은 그녀를 따라 두 아이가 빠져나갔죠. 큰 아이가 열한 살, 작은 아이가 일곱 살 쯤 돼 보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양력 섣달 그뭄 저녁 도시꼬시소바라는 국수를 먹는다는군요. 새해를 맞아 국수처럼 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풍속이라고 합니다.

꼭 1년 전 섣달 그뭄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이 세 모자는 북해정을 찾았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의 어머니는 미안한 듯 머뭇거리면서 말했죠.
"저, 우동 1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북해정의 여주인이 주방을 향해 "우동, 1인분!" 하고 외쳤지만, 주방의 남편은 1인분에 반 덩이를 더 넣어 국수를 삶았습니다. 홀을 내다보고는 세 사람이 1인분을 주문하는 딱한 사정을 직감했기 때문이죠.

경영학자인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생의 정도>에서 북해정 주인의 이런 마음을 '수동적인 감수성'의 발휘로 규정합니다. 고객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3인분을 내줄 수 있었지만 대신 넉넉한 1인분을 주었다는 것이죠. 호의를 베푸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고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윤 교수는 말합니다.

윤 교수는 수동적 감수성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휘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물론 부부 사이, 친구 사이도 고객 관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는 행정이나 정치 서비스의 공급자에게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무상급식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부자들에 대해 복지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삼성그룹 회장 손자, 손녀까지 무상급식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이들에게도 급식을 제공하는 게 바로 가난한 집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행정의 감수성입니다.

60대 후반인 배영호 코오롱 인더스트리 사장은 중학교 때 월사금(등록금)을 못 내 학기말시험을 못 보고 교실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50대인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땐 시험도 못 보고 쫓겨나는 일은 없었지만 등록금을 제때 못 내면 앞에 불려나가 꾸중을 들어야 했죠. 요즘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무상급식을 먹는다면 자존심이 상할 겁니다.
경남도 5개군이 실시중인 무상급식.jpg
사회복지제도의 수혜자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일부에서 말하지만 무상급식을 먹는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줘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급식 혜택을 받는 것이 이 아이들이 게으르거나 무능해서인가요? 단적으로 무상급식을 먹게 만든 빈곤이 이 아이들 탓인가요?

'음식 끝에 의 상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급식파와 비급식파로 구분할 때 아이들 사이에서 부지불식간에 생길 수도 있을 위화감을 생각하면 전면 무상급식은 실보다 득이 많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똑같은 급식을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blog.joinsmsn.com/raphason/12047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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