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원장의 ‘9988234’ 시크릿] ⑭ 30번 씹기의 일석삼조 - 면역력도 높이고 살도 빼고 치매도 예방하고
바야흐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면역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겠습니다” 하고 말문을 띄우면 모두 큰 관심을 보인다. 근데 면역력을 높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들은 별다른 것이 없다. 오히려 별다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이비나 검증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추천하는 면역력을 높이는 아주 간단하고도 확실한 처방은 꼭꼭 씹기이다.
박 속희(가명)씨는 IT 대기업에서 촉망받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만성 피로와 잦은 감기, 그리고 최근들어 주책없이 증가하는 뱃살이 고민이다.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단식도 해보고 원푸드 다이어트도 해보았지만 체중은 줄지 않고 자신감만 점점 없어졌다. 그녀의 영양 평가 결과 식사의 오적(五賊)인 과식, 폭식, 편식, 결식 그리고 빨리먹기가 고스란히 다 나타났다. 그녀의 빨리먹기는 확실히 유별난 데가 있었다. 구내 식당에서 식사할 때 그녀는 남자 직원들보다도 먼저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곤 한다. 우선 식사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첫째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유유자적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 비슷한 것도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사무실에 남겨두고 온 일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 있으니 여유있게 식사를 하기란 애시당초 힘든 일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를 보면 식사먹는 시간 일분일초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음식 앞에만 서면 조급해질까?
첫째, 사회 전반적으로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게 스며들어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바쁜 마음을 만들고, 이것은 식사 시간에도 어김없이 투영된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이루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건강에서만은 마이너스적인 측면이 많았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필자가 훈련받을 때만 해도 짧은 시간에 후다닥 식사를 끝내야 하는 군대에서의 식사 습관은 제대하고 나서도 몇 년을 갔다.
둘째, 과식·폭식의 문화와 더불어 음식에 대한 식탐을 조장하는 기제가 강력하다. 음식에 대한 식탐이 강하면 천천히 씹을 새도 없이 위를 만족시키기 위해 음식을 들이켜야 한다. 비만자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적게 먹기보다 오히려 천천히 먹기이다.
셋째, 입맛과 위에 아부하는 연식(연한 음식)의 범람으로 씹을 필요성 자체를 상실했다. 음식은 가공과정을 거칠수록 연해진다. 더군다나 우리의 위나 입은 거친 음식보다는 연한 음식을 선호한다. 현
대의 마켓팅과 음식가공학이 결합된 음식가공 패러다임은 갈수록 연한 음식을 범람시킬 것이다.
넷째, 내 몸 투자에 대한 관점의 부재이다. 내 몸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대상중심 사고방식은 적어도 건강에서는 내 몸을 뒷전으로 내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식사 시간의 엄마들이다. 비만한 엄마들이 많이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가 빨리 먹고 설거지나 애 식사 보조를 하거나 남은 잔반 처리반을 자청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그녀들에게 고상한 30번씹기는 남의 일일 수밖에 없었다.
박씨에게 한입에 30번 이상 씹기 처방을 내렸다. 꼭꼭 씹기가 체중 감량, 면역력 증가 및 업무능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 그녀는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
과연 꼭꼭 씹기에는 무슨 효과가 있으며 우리는 이 바쁜 시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꼭꼭 씹어야만 하는가?
첫째, 꼭꼭 씹기는 자연스럽게 침을 많이 분비되게 한다. 침은 최고의 효소인 동시에 최강의 면역물질이다. 침속에는 Ig A등의 강력한 면연물질과 더불어 ‘독성제거 물질’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특히 그 중에서 ‘페록시다아제만’이라는 효소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침의 면역증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질근질근 씹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가 예방된다. 꼭꼭 씹으면 뇌가 자극된다. 저작운동은 우리 뇌에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어 인지 기능을 높여주고 뇌혈류를 증가 시킨다. 여러 연구들에서 치아 상태가 안 좋아져 저작 운동이 줄어든 노인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씹기 위해서 젓가락 사용 등 미세 운동을 자주 하면 그 자체로 뇌의 운동피질이 자극받는다.
꼭꼭 씹으면 과식을 예방한다. 음식을 꼭꼭 씹게 되면 턱 근육 신경을 자극해 뇌의 식욕을 관장하는 부위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꼭꼭 씹게 되면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므로 머리의 포만 중추인 렙틴 수용체가 들어온 음식을 인지할 기회를 늘려준다. 거기에 씹는 행동 자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적게 먹고 에너지 소비는 더 하는 셈이므로 살을 빼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씨에게 내려진 구체적인 처방은 다음과 같았다. 조식처방. 사람의 본성과 매우 어울리는 음식으로 돌아가자. 원재료에 가까울수록 거칠고 오래 씹게 된다. 그녀가 즐겨 애용했던 컵라면,빵 등의 인스턴트 음식 대신 고구마, 토마토, 두부, 콩, 생야채 등의 질긴 음식의 비중을 늘리도록 처방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음식들은 씹는 횟수를 늘리고 먹는 시간을 자동적으로 연장시킨다.
천천히 먹기 위해서 젓가락을 사용하라. 젓가락 식사는 그녀의 속식 충동을 자연스럽게 억제하였으며 덤으로 맵고 짠 국물에 대해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고개 박지 말고 허리펴고 먹자. 그녀의 음식먹는 자세는 전형적인 수험생의 자세였다. 음식을 빨리 끝내겠다는 음식 수험생의 자세로는 비만은 평생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녀는 식사 습관에서의 이러한 변화 만으로 3년간 서서히 증가한 체중 5kg을 두 달만에 감량할수 있었다. 덤으로 그녀는 소화 불량과 속쓰림 증상으로 달고 살던 소화제와 제산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관이 비만, 잦은 감기, 학습능력 저하를 만든다는 또다른 ‘9988234’ 시크릿에 주목하라.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출처: healthcare.joins.com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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