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고추 말리듯/최송희

요즘 가장 중요한 일은 이틀에 한 번꼴로 고추를 따서 말리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가을 햇볕이 너무 좋아 빨간 고추를 따서 그냥 그 볕에 말렸는데 색깔이 허옇게 변해 희나리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더니 그늘에서 며칠 숙성시킨 다음 햇볕에 널되 그 위를 덮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르쳐준 대로 수확한 고추를 창고에 널어두고 며칠 둔 다음 밖에 쫙 펴놓은 위에 부직포를 사다 덮어놓았더니 희나리가 훨씬 적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저희 집을 방문한 우리 교회 집사님이 또 새롭게 말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분은 청평에 사시는 분인데 남편고난으로 우리 교회에 오셔서 은혜를 받는데 남편구원이 애통해 저희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교회에 잘 안 오시는 남편에게 목장이라도 권해보고 싶지만 그분이 사시는 청평에는 목장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저희가 가평에 왔다는 얘기를 들으신 모양입니다.

그 남편 분은 쉽게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운 분이어서 이런저런 방법을 얘기하며 목장에 그분을 인도하자고 결의(?)를 했습니다.

고추가 잘 익은 것을 따도 좋은 방법으로 말려야 비로소 먹기에 좋은 고추가 되듯이 사람을 교회와 목장으로 인도하는 데는 기도와 작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추를 그늘에 며칠 두듯이 그 남편 분은 일단 우리 농장에 초대해서 농사이야기만 하며 좀 친해져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햇볕에 널 듯 그분을 하나님의 은혜가 비취는 목장으로 슬슬 인도하는데 성급히 복음을 들이대고 처방을 하면 희나리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부직포를 덮어주듯 그저 포용해주고 상처받지 않도록 잘해주어야겠죠.

그러다 어느 날 부직포를 걷어내도 색이 변치 않는 마른고추 같은 신자가 될 날이 올 겁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말씀의 공이로 빻아도 기뻐하며 자진해서 고춧가루가 되어 먹히는 인생까지 되리라 믿습니다.

고춧가루 한줌에도 숱한 정성이 들어야하거늘 사람 하나 살리는데 어찌 많은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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