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희망고문

겟세마네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할 때 자느라 정신 없던 제자들을 야단치지 아니하시고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하시며 위로하신 주님의 마음.....
베드로가 거꾸로 매달려 죽을 것을, 야고보가 목베어 순교할 것을 모두 알고 계셨던 주님은
그 길이 결국은 생명의 길이지만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아시기에
차마 제자들에게 역정 한 번 내지 못하신 것 아닐까

감옥에서 디모데를 양육하며 빌립보와, 에베소로 갈라디아로 편지를 쓰며 간절했던 사도 바울도 예수 믿는 길이 결코 세상 가운데서 환영 받고 성공하며 편히 누리고 살기만 하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에서 배척당하고, 세상이 죽어라 미워하고, 결국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길인 것을 너무나 알기에 그 서신이 그리도 간절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 목사님이 예배 때마다 우시며 눈물이 마를 날 없으심 역시 같은 성정으로 치일대로 치이고, 당할 대로 당하고, 갈기갈기 찢겨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여기라도 가면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지막 소망을 가지고 온 이들에게 죽어야 산다고,  그 십자가 지고 가야한다고 결국에는 그 말씀을 하셔야 하는 것이 또한 마음이 너무 아파 그리도 우시는 것 아닐까...

과부가 홀아비 사정 안다는 옛말처럼 겪어본 고난이 더욱 절절한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남편에게 배신당해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 듯한 심경 중에 찾아온 지체들을 보면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런 그들에게 쪼금 먼저 온 선배로서 그러나 해 줄 말도, 들을 말도 나 또한
그 짐 그냥 지고 가야 한다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그 모든 것이 네 삶의 결론이라고, 결혼은 하나님의 권한 중에 있음으로 이혼은 생각도 말고 당하고 가야 한다고, 그렇다고 네가 잘 하고 있으면 남편이 마음을 바꿔 새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어떻게 저리도 야멸찬 소리만 해야 하는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주도록 “믿습니다!!” 하며 바락바락 아침으로 밤으로 기도하고
그래도 안되면 밥도 굶어가며 작정 헌금 하고 기도하면 네 뜻대로 될 것이니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함이 없어!!하며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희망고문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어떤 목사님의 설교 중에 들어서 검색해 봤더니
가수 박진영씨가 그의 수필집에서 썼던 말이라고 한다.
남녀 관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정확한 태도로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고문을 하는 셈이라는 의미로 쓴 말인데
나는 이것이 목사님이 말씀하시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복음의 시작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언약의 자녀인 우리와 다른 것은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반 남녀관계에서도 호불호를 정확히 하지 않고 질질 끌면
상대방에게 고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기복 신앙으로 이끌고 가며 내 열심으로 하나님을 쥐락펴락하려 하다가
결국 교회를 떠나고 믿음을 등지거나
크리스찬임에도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은
현실과 희망 사이의 괴리를 하나님의 섭리로 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송희 목자님의 나눔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가 문득 내 안에 있는 기복이 고개를 든다.
"저렇게 적용하며 말씀 대로 사시고 두 부부가 목자로 섬기시는데도 감옥에 가시나..?"
결론은 "갈 수 있다...."이다.

나눠 줄 것이 어디 하나 뿐이던가, 져야 할 십자가가 어디 한가지 뿐이던가.
그리하다 보니 말씀대로 앞서가는 수준 높은 선배들은 모델의 인생을 살아내야 하기에
그만큼 준비된 고난의 지경도 넓고 크다.
이전에도 최목자님의 신전원일기는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상에서 볼 때 실패한 것 같은 상황인 요즈음
나눠주시는 글에 더더욱 은혜 받는 지체들이 늘어나고 있고
나 역시 글이 올라온 것만 보아도 일단 은혜를 받고 클릭을 하게 되는 것은
폭풍 가운데도 여전한 방식으로 노를 저어 천국 여정을 가시는 목자님을 보며
말씀의 능력에 감탄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하나님의 능력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우리들 공동체는 다들 찌질이들이다.
공중파에도 매주 출연하는데 조금만 방향을 바꿔 인기에 영합하면
여자라고 무시하고 과부라고 무시하던 사람들 보란 듯이
성공 가도로 가실 수 있음에도
죄를 외치며, 회개하라 외치며 듣기 싫은 십자가와 구속사만 강조해
손가락질 받기를 자처하시는 목사님을 선두로 하여

죄 짓고도 감옥에 안가고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짜잘하고 치졸한 죄까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 드러내어
스스로 약자의 자리, 말석으로 가서 앉는 못난이 교인들이 모여 있다.

그렇지만 믿음 하나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믿음의 유업을 이을 자라고 명명하여 주신 주님께서 그 십자가 끝까지 잘 지고 순종해 가면 반드시 찌질한 우리들을 통해
구속사의 계보를 이어가실 거룩한 일을 행하실 것을 믿으며
고통이 아니라 고난을 잘 견뎌가자고 다짐해 본다.


(펌 사진)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오승은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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