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신 전원일기- 뱀도 쥐도 보시기에 좋았더라/최송희

며칠 전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서 펌프가 들어있는 콘크리트 상자의 쇠뚜
껑을 열어야 했습니다.
거기에 길고 아롱진 끈 같은 것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뱀의 허물이었습니다.

약 60 센티 정도 되는 긴 허물이었는데 늘 펌프가 가동되기 때문에 그 열로 인해 겨울에도 따뜻한 곳이라 아마 뱀이 여기서 겨울을 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운 여름이니 뱀은 어디 시원한 곳에 다니고 있겠지만 추워지면 또 이 속으로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집 근처에 뱀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제 눈으로 뱀을 본적이 없는데 허물을 보니 뱀이 근처에 사는 건 확실해졌습니다.
집 앞에 논물을 대는 웅덩이가 있어서 개구리들이 많이 사는데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뱀들이 여름에는 진을 치기 때문에 웅덩이 근처에 가면 안 된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뒤에 산이 있고 바위와 수풀, 물, 나무들이 많은 자연친화적 환경은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게 온갖 종류의 동물들 특히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입니다.
저도 원래 벌레를 싫어했지만 하도 벌레가 집안으로 많이 들어오다 보니 어떤 벌레를 집안에서 봐도 이제는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생쥐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와 다니기에 쫓아내려했지만 하도 빨라서 잡질 못하는데 그 놈이 그만 전기 콘센트 옆에 있는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려서 하는 수 없이 구멍을 테이프로 밀봉해버렸습니다. 그냥 뒀다가는 언제 또 튀어나와 집안을 돌아다닐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밭에 나가면 흙에서 꼼작거리는 벌레들을 수 십 가지는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이란, 생태계란 이렇게 온갖 종류의 살아있는 것들의 집합체입니다.
우리는 예쁜 나비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새들은 좋아하지만 보기 싫은 뱀이나 쥐나 벌레는 싫어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모든 생물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십니다.
우리 곁에도 보기 싫은 쥐 같은 인간도 있고, 뱀처럼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 벌레처럼 무시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보기 싫고, 살기 싫어서 힘이 듭니다.

저는 날마다 대하는 수 백 종류의 동식물들을 보며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우리는 언제 싫어하는 마음 없이 모든 사람을 보시기에 좋았더라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까요.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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