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피는 물보다 진한가요?/최송희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지체들로 인해 우리 집은 잔치 집처럼 북적거렸습니다.

풀이라도 뽑겠다고 온 지체들은 아예 밥에다 반찬까지 준비해 와서 제가 손댈 것이 없게 해놓고 일을 시작합니다.

조금 있으니 젊은 남자 집사님이 더 어린 피시방 죽돌이들(죽치고 있는 사람)을 다섯 명 거느리고 나타났습니다. 본인이 워낙 아웃사이더로 애먹이던 전력이 있기에 그쪽 인물들을 잘 알아서 섭외가 척척 된 모양입니다.

의리로 시작해서 의리로 끝나는 남자 여섯 명은 여자 집사님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잘도 합니다. 세상적으로 보기에는 약간 찌질이 과에 속할지 몰라도 남자 집사님이 전도만 잘 하면 다 야곱과로 들어올 수 있는 청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뜨거운 햇볕 밑에서 일하던 여자 집사님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다들 마루에 쭈욱 뻗었습니다. 사과처럼 빨갛게 뺨이 익은 지체들을 보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던지요. 형제가 이렇게 잘해줄까 싶습니다.

사실 남편의 형제분들에게 얼마 전에 연락은 했습니다.
예수 믿는 누님은 놀라며 우셨는데 믿지 않는 부자 형님은 도와달라고 할까봐 무서운지 연락이 통 안 옵니다.
예수님께서 누가 내 형제냐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알기에 원망이나 미움은 안 생깁니다.

대신 형제보다 더 진한 공동체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며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도와달라는 요청도 안했는데 목사님 말씀을 듣기도 전부터 짐을 나눠지겠다고 달려오는 지체들이 한없이 고맙습니다.
받은 이 사랑을 갚을 길은 저도 다른 지체들의 짐을 나누어지는 것 밖에 없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육신의 피는 물보다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아는 분도 자녀에게 학대받아 죽지 못해 산다고 하십니다. 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도 어머니를 외면하는 것이 육신의 사랑입니다. 믿던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가 어디 한둘입니까.

십자가의 피로 맺어진 지체의 사랑만이 확실하게 물보다 진합니다.
기대하지 않고 주기만 하는 십자가의 사랑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랑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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