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신 전원일기- 귀곡산장/최송희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여름은 없었던 듯 합니다.
그냥 비만 오는게 아니라 천둥과 번개가 쳐서 걸핏하면 전기가 나가는 통에 망가진 차단기를 수리하느라 여간 성가신게 아닙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때가 주로 밤이어서 우르릉 꽝꽝 하면서 벼락이 멀지 않은 곳에서 내리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다 보면 어느새 전기가 나가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저번 주에도 딸이 청소년부 수련회에 스텝으로 집을 비운 동안에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져서 전기가 또 나간채로 폭우가 쏟아 붓듯이 내리는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TV에서 이런 장면을 본다면 아마 귀곡산장 분위기 일겁니다.
아무도 없는 산골 외딴 집에 전기는 가서 캄캄하고 비는 억수로 쏟아지는 분위기, 좀 으스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작 이런 때에도 저는 무섭지가 않습니다.
낮에 목장예배나 심방 갔다 와서 피곤하니 그냥 자리 깔고 눕자마자 잘 잡니다.
도둑이나 강도가 없는 시골이니 오히려 마음 푹 놓고 잡니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차라리 험한 날씨에 산길을 운전하는 게 더 무섭습니다.
경춘고속도로 버스가 생기기전 중미산 고개를 넘어 학교에 가야했던 딸은 눈보라가 치는 겨울이나 심한 안개가 벽처럼 앞을 가로막는 날에도 차를 몰고 꼬불꼬불한 산길 넘어 전철역까지 가는 스릴을 일 년 동안 맛봐야 했습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고갯길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던 저도 딸이 안개가 끼어 앞이 안 보이는 밤에 전철역에서 고개를 넘어 집까지 오는 날이면 마음을 졸였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유독 눈이 많이 왔던 지난 겨울에는 얼어붙은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앞이 아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날들을 보낸 제가 혼자 시골집에 있다고 뭐가 무섭겠습니까. 
진짜 무서운 건 하나님 없이 지옥을 향해 가는 인생들의 닫힌 마음입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유명한 디자이너에게 몇 해 전 아는 분이 신앙서적을 건네주며 전도를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의상 상냥한 말과 웃음으로 책을 받아든 그분이지만 끝내 불신의 길을 갔습니다.

불교신자였다고 하지만 그분은 동성애가 죄라고 인정할 수 없었기에 하나님을 만나기가 더 어려웠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게다가 베일에 가려진 사생활을 사신 분이 하나님 앞에선들 오픈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구원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없습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