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살육이 있은 후 닭들은 남편만 보면 슬슬 피합니다. 사건이 있기 전에는 남편이 삽만 들면 지렁이 파달라고 졸랐는데 이제는 땅을 파고 불러도 근처에 얼씬도 안합니다.
아빠가 아니라 자기들을 잡아먹는 늑대 아저씨가 된겁니다. 그런데 유독 한 마리가 무서워하지 않고 남편만 다가가면 기대옵니다.
그 닭은 까만 오골계인데 눈이 멀었습니다. 사람만 악한게 아니라 닭들도 악해서 자기 무리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오골계를 왕따시키고 괴롭힙니다.
그러다 마침내 눈을 쪼는 집단 폭력까지 가해서 한족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애꾸가 돼 비틀거리던 닭은 이제 다른 눈까지 멀어서 완전 장님이 됐습니다.
눈이 안보이니 닭장 밖에도 못나오고 한 쪽 구석에 가만히 쪼그리고 있는 그놈이 너무 불쌍해서 남편은 매일 장님닭을 꺼내주고 모이도 먹여줍니다.
어디 기댈 친구도 없는 장님닭은 남편의 발에 가만히 기대어 비벼대면서 아기같이 굽니다. 그 모습이 고난을 당해 주님 발밑에 엎드릴 때의 우리 같습니다.
남편은 다른 닭은 다 잡더라도 장님 닭은 잡지 않고 지 수명대로 살다가 죽으면 묻어주겠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살찐 닭들은 앞으로 차례로 잡혀 먹힐 예정인데 까만 닭은 장애자가 되었기에 사울 집안에서 끝까지 살아 남은 므비보셋처럼 됐습니다.
약하고 병들면 사람도 동물도 측은히 여김을 받습니다.
우리도 하나님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그 발밑에 엎드려 기대고 비비면 주님이 불쌍히 여기고 돌봐주실 것입니다.
내가 오늘 잘 나간다고 까불고 약한 지체를 무시하면 느닷없이 공중에서 손이 내려와 목이 꺾이고 털이 뽑히는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측은하게 기대오는 까만 므비보셋을 바라보며 주님 앞에 내 무능과 연약을 고하는 인생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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