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신 전원일기- 수탉같은 남편/최송희

처음에 21마리로 시작했던 닭장에 이제 5마리가 남았습니다.
병아리 시절에는 병들어 죽고 자란 후에는 여기저기서 가져가고 더러는 산짐승에게 잡혀먹혀 다섯만 남은 겁니다.

불쌍한 므비보셋도 밖에 있다가 산짐승에게 잡혀먹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남은 다섯마리는 완전히 커서 힘도 세고 위풍당당합니다.

그런데 이 다섯 중에도 서열이 있습니다.
두목인 토종수탉은 암탉 두 마리와 졸병 수탉 두 마리를 거느리고 다닙니다.

이놈은 암탉을 하나만 차지하는게 아니라 두 마리 다 자기 마누라로 만들었습니다. 서열 싸움에서 진 두 수탉들은 암탉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이제 어른이 됐으니 장가도 가고싶은데 두목이 다 차지하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넘버 투는 마구 신경질을 부립니다. 그 신경질은 만만한 넘버 쓰리를 괴롭히는 걸로 나타납니다.

셋째 놈이 먹이를 먹으려고 해도 마구 달려들어 못먹게하고 시도 때도 없이 쪼면서 괴롭히는걸로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듭니다.

간혹 두목이 소홀한 틈을 타서 넘버 쓰리가 암탉에게 가까이라도 가면 이놈이 더 난리를 치며 덤벼듭니다. 나도 못하는걸 니놈이 하게 둘것 같으냐 뭐 이런 겁니다.

그러다 이놈도 어느날 두목이 방심한 틈을 타서 암탉에게 수작을 붙이려는데 두목이 어느새 나타나 자기 마누라를 넘본 넘버 투를 반쯤 죽여놓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심술만 는 넘버투는 밤에 넘버 쓰리가 횟대 위에 올라오게도 못해 네마리는 횟대 위에서 자는데 넘버 쓰리만 바닥에서 쪼그리고 자는 모습이 처량합니다.

닭이나 사람이나 성적인 불만이 심술도 만들고 불화도 만드는것 같습니다.
괜히 심통부리는 남편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지체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면 이 문제가 깔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불만부터 좀 풀어주라고 처방하는데 문제는 대책없이 풀어주다보니 덜컥 아이가 생긴다는 겁니다. 이미 아이 셋과 지하 단칸방에서 살며 가스도 종종 끊기는 가난한 우리 교구의 지체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남편은 하는 거라고는 술 마시는 일과 아내와 자는 것 뿐인데 곁에 잘 안가면 수탉처럼 심술을 부립니다.
물론 아기는 주님이 주셨으니 주께서 키워주시겠지요.

하지만 백숙도 해먹을수 없는 그 수탉같은 남편은 제발 주님께서 하늘 가마솥에 넣어 푹푹 삶아 주시면 안되나요.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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