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을 기른다고 하니까 다 자라면 몇 마리 달라고 일찌감치 예약을 해놓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요즘 남편을 볼때마다 닭은 다 자랐냐고 묻곤 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아직 좀 더 자라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실은 닭들은 다 자랐는데 닭잡기가 싫은 겁니다.
병아리 때 사온 닭들을 몇 달 기르다보니 어느새 남편은 닭들과 정이 들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알뜰살뜰 보살펴주는 남편의 뒤를 닭들은 졸졸 따라다닙니다.
더구나 닭들이 좋아하는 지렁이들을 먹이기 위해 아침마다 삽으로 땅을 파는 남편의 주위로 모여드는 닭들은 빨리 파라고 재촉하는 몸짓을 하기까지 합니다.
남편의 모습이 보이면 어느새 쫓아와서 졸졸 따라다니는 닭들 때문에 남편은 꽤나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어느새 닭 아빠가 된것입니다.
하지만 자꾸 토종?을 먹어야 겠다고 재촉하는 분들때문에 더 이상 미룰수 없는 형편이 되자 어저께 드디어 닭을 잡겠다고 나선 남편은 정말 싫은 표정입니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닭을 죽여야하니 좋을리 없습니다.제사장
게다가 남편은 닭을 잡아본 경험도 없습니다.
닭모가지를 비틀어 죽인 다음 끓는 물에 데쳐서 털을 뽑는 과정은 저도 말만 들었지 처음입니다. 닭을 죽이고 데치는 끔찍한 일에 동참 하면서 저는 구약시대의 제사가 생각났습니다.
집에서 키운 예쁜 새끼양을 성막으로 가져와 죽음의 제사를 드려야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든 양을 죽게 내어드리는 과정에서 자기 죄때문에 죽어야하는 양으로 인해 마음이 참 아팠을것 같습니다.
데친 닭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일은 더 끔찍합니다. 양이나 소를 죽여 각을 뜨고 내장을 꺼내 그것들을 태우는 일을 했던 제사장들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제사장을 거룩한 직분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일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백정의 일과 같습니다. 날마다 죽음과 피를 보며 사는 그들이기에 죄의 결과가 정말 중하다는걸 깨닫지 않을수 없었을 겁니다.
닭을 끓는 물에 데치는 일을 하다 남편은 자기 손가락까지 데치는 소동을 벌이기도 하면서 마침내 닭잡기는 끝났습니다.
이런 살육의 날이 또 와야 하는것이 싫습니다.
평생 이런 일을 해야만 했던 제사장들이 갑자기 불쌍해집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에서(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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