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목이버섯을 깔았습니다.
많이 깔지는 못하고 천개를 깔았는데 백개든 천개든 돌봐주는 수고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중국집에서 먹는 목이버섯은 다 중국에서 말려서 가져온 털목이버섯이고 국내에는 지금까지 생목이버섯이 재배된 적이 없는데 이번에 탈북한 버섯박사가 백두산에서 가져온 종균으로 생목이가 나오게 됐습니다.
짙은 갈색으로 자란 버섯은 그냥 생으로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아주 좋은데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커서 앞으로 더 많이 재배할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버섯은 한시간마다 물을 줘야하는 번거러움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이 물지기를 남편이 하다보니 시간마다 아기 젖주는 엄마같은 형편이 됐습니다.
이런 버섯과 달리 물이나 비를 많이 맞으면 오히려 탄저병에 걸리는 고추같은 작물도 있고 물을 줄 필요가 없는 천년초같은 작물도 있습니다.
이처럼 작물들이 요구하는 물의 양이 다 다른것을 보면서 식물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민한 사람은 얼마나 더 다양하게 다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환경에서 상처를 받았어도 한사람은 심한 우울증에 걸렸는데 다른 사람은 그럭저럭 건강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있고 책망을 해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해서 실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목장에서 각인각색의 지체들을 보면서 늘 이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저사람이 감당할수 있는 말씀의 수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에 영적 더듬이를 곤두세우게 됩니다.
아무런 신앙적 배경이 없이 친구때문에 얼떨결에 목장에 한번 나온 사람에게 목이버섯에 물주듯 말씀을 들이부을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구나 그 사람이 고난이나 사건이 없이 라이스족처럼 살아가고 있을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잘 삐지는 지체에게 찔러주어야 할때도 아이에게 약 먹이듯 조심하게 됩니다.
사람에 비하면 식물은 참 단순합니다. 종류별로 적당량의 물, 적량의 거름만 주면 잘 받아먹고 자랍니다.
삐지지도 않고 널부러지거나 덤벼들지도 않는 식물들을 키우는 일은 그래서 목요일부터 주일까지 계속되는 목장에서 받는 정신적 피로를 씻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몸이야 피곤하지요.
해가 늬엿늬엿 지는 밭둑에서 이제 마악 쬐그만 싹을 내어민 귀여운 야채들을 보며 사람도 좀 저렇게 단순하면 휠씬 귀여울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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