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신 전원일기-축복의 벌/최송희

남편이 요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좀 심하다싶을 정도로 하루종일 밭일을 합니다.
밥먹는 시간만 빼고는 해가 질때까지 일하니 살이 10킬로 넘어 빠진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수치가 정상으로 떨어진 이점도 있지만 저녁에는 밥씹을 기운도 없을 정도로 탈진한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도 혼자 놀수가 없어서 함께 거의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고 밥챙기는 일을 하노라면 귀농은 절대 낭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오는 날도 우리는 열심을 내어 비옷을 입고 밭에서 일했는데 다음날 이웃집 할아버지께서 오시더니 [비올때 땅을 밟고 다니면 풀이 많이 나니까 비올때는 그냥 집에 있어야해.] 하시며 충고해주셨습니다.

농부들이 비오는날 괜히 쉬는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제사 알았습니다. 세상적인 열심과 부지런은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목사님도 말씀하셨건만 우리는 어느새 그 욕심때문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있었던 겁니다. 비오는 날은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며 연두색 숲과 진홍색 꽃을 즐겨도 좋은데 말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흐드러지게 피어난 갖가지 꽃들을 보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나비들과 윙윙거리는 꿀벌들이 참 평화롭게 보입니다.

게다가 온갖 산야초가 돋아나 요즘 우리는 그것들을 뜯어먹느라 야채를 사지 않습니다.
두릅, 엄나무순, 미나리, 머위, 민들레잎, 고들배기, 돗나물 들을 바로 뜯어서 생으로 먹는 맛은 힘든 농사일의 고단함을 많이 보상해줍니다. 게다가 맨먼저 두꺼운 흙을 뚫고 고개를 내민 감자싹을 보니 생명의 신비한 힘이 느껴져 자꾸만 봐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살다보니 남편은 사업실패로 인한 힘들었던 마음이 거의 치료된듯 합니다.

아담도 땅을 일구느라 땀을 흘리며 일하다보니 에덴에서 쫓겨난 깊은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비가 오는 날은 민들레 커피라도 마시며 후둑후둑 비떨어지는 소리를 즐길 작정입니다. 그래서 전원일기의 화면속으로 들어오시고 싶다면 비오는 날 찾아와주세요.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ttp://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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