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허당과 그의 마누라/최송희

이번 주에는 배추를 심었습니다.

감자를 캐낸 자리를 다시 갈고 퇴비를 뿌린 후 14고랑을 만드는 일은 남편이 했고 그 위에 비닐을 덮고 구멍을 낸후 물을 주는 작업은 함께 했습니다.

농사는 혼자서 하기 힘든 일들이 많은데 비닐을 까는 일이나 고추 따기, 모종 심는 일등은 둘이서 함께 해야 일이 수월하고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중간 중간에 과일 같은 간식을 준비하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하는 것도 여자의 몫이고 일하는 중간에 밥을 해서 제 시간에 먹이는 것도 여자가 할 일입니다.

간혹 서울에서 볼일이 있어서 늦게 가는 날은 남편이 벌써 지치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물어보면 점심도 안 먹었다고 말합니다. 밥이 있어도 귀찮아서 안 차려 먹는 게 남자들입니다.

이러니 농사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남자 혼자서는 외로워서 못하고 여자 혼자서는 힘이 달려 못합니다.

잘난 척 큰소리 치고 성질을 부려도 남자들은 마누라가 없으면 허당입니다. 그래서 홀아비로 목장에 오는 남자들은 뿌리를 잘 못 내리고 금방 떠나는 수가 많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내가 따뜻한 밥 차려주는 남편들은 꼴통들이라도 양육이 되어갑니다. 아내들은 그 꼴이 보기 싫고 말도 하기 싫을 때가 많지만 허당인 것을 알기에 불쌍해서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

저도 성질 잘 부리고 짜증 많이 내는 남편이 미울 때가 있는데 그래도 이 남편 때문에 조상 대대로 높은 바위에서 살던 이들의 자손인 교만한 제가 구원 받고 이만큼 양육되었다고 생각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인정하게 됩니다.

낙원에는 아담과 하와가 있었지만 가평 골짜기에는 허당과 그의 잔소리를 받아주는 마누라가 살고 있습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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