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잘라야 열린다/최송희

블루베리와 뽕나무를 다 심었지만 일이 끝난 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일인 가지를 잘라주는 전지를 해야 합니다.

3년이나 키워 키가 칠팔십 센티나 자란 나무들을 싹둑 잘라내는 건 진짜 아깝게 느껴집니다. 언제 키가 크나 싶어섭니다.

그러나 아깝다고 잘라주지 않으면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도 않고 가지가 무성하게 뻗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열매도 조금밖에 달리지 않습니다.

올해만 잘라주는 게 아니라 내년에도 또 잘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블루베리 열매는 내후년에나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잘라내기 아까운 것들이 다 있습니다.
시간이나 노력, 돈을 투자해서 여러 해 키워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거의 다 내 생각대로 키운 것들입니다.

때문에 그것들을 잘라내지 않으면 진짜 열매를 내는 나무가 되지 못합니다.
블루베리는 소리를 못 내지만 사람은 가지인 환도 뼈가 부러질 때 소리 지릅니다. 아프다고.

이 아픔 때문에 우리들 공동체에 사람들이 옵니다. 왜 환도 뼈가 부러져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서 더 아픈데 진짜 열매를 풍성히 맺는 나무가 되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되니 아픔이 가라앉습니다.

니무도 사람도 기다림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심고 내일 열매를 딸 수는 없습니다.

조그만 블루베리 가지 하나를 심어서 열매를 얻으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사람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남편을 20년 이상 기다렸습니다.

잘라내서 키가 납작해진 나무들을 봐도 슬프지 않은 건 나중에 맺힐 아름답고 맛있는 열매를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주님도 우리를 잘라내시고는 이렇게 아름다운 열매를 기대하며 바라보실 겁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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