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무한 도전/최송희

밭 옆에 산이 하나 생겼습니다.

블루베리를 심을 구덩이에 넣을 배합토를 쌓아놓은 것입니다.

흙에다 여러 가지를 섞어놓은 것이 사람 키 두 배쯤 되는 산 모양으로 쌓였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이걸로 500개나 되는 구덩이를 채워야 하는 일입니다.

도와줄 사람을 구해봤지만 다 일이 바빠 오지 못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남편과 둘이서 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삽으로 흙을 떠서 남편은 수레에 싣고 저는 플라스틱 함지에 채워 나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두 팔을 구부려 함지를 들고 나르는데 몇 번 하다보니 팔이 아파 궁리하다 함지를 똥배에 걸쳐놓고 두 팔을 뻗어서 잡고 나르니 훨씬 나았습니다. 지방 쿠션 때문에 똥배는 아무리 함지로 눌러도 아프지 않습니다.

푸느라 삽질, 채우느라 삽질, 그리고 나르기가 몇 시간 반복되자 점점 힘이 듭니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막노동입니다.

중간에 물 먹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아침부터 저녁 해지기까지 이 일을 하는데 구덩이는 왜 그리도 많은지 채워도 채워도 입을 벌리고 다오 다오 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날도 우리의 미션은 계속됩니다.

첫째 날과 달리 수레에 흙을 채워 함께 고랑 사이로 밀고 가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남편은 큰 삽으로 저는 조금 작은 삽으로 흙을 퍼 담은 후 남편은 앞에서 끌고 저는 뒤에서 밀며 영차 영차 밀고 갑니다.

결혼은 히히 호호 행복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인생의 수레를 밀고 끌며 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삽질과 수레 밀기는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져서 남편도 저도 팔이 아프고 힘이 부쳐 중간 중간 수레를 세워놓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해가며 끝이 없을 것 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작년에도 농사일을 하면서 힘든 적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힘든 일은 처음입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우리의 고난(?) 은 끝나고 드디어 500개의 구덩이가 메워 졌습니다. 수 천 번의 삽질과 수 백 번의 수레밀기로 미션을 완수한 겁니다.

며칠 고생한 대가로 블루베리를 몇 십 년 딸 수 있다면 이런 고생은 해볼만 합니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고난은 잠깐 주시고 천국은 영원히 주시지 않습니까.

어쨌든 흙으로 쌓인 작은 산은 다 옮겨졌고 우리 부부의 무한도전은 성공했지만 끝난 건 아닙니다. 앞으로도 밭에서 하는 우리의 무한도전은 2탄 3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로 힘들고 지치기도 하겠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끝까지 미션을 수행할거라 믿습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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