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평화롭게 살고싶으신가요?/최송희

일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이 끝나고 6월이 시작됐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좋고 아직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가득합니다. 도시에 살다가 가끔 이런 풍경에 접한 분들은 너무 좋다고 합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에 비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은 확실히 쉼을 줍니다.
그러나 이런 평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굴곡 없이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은 이 평화 때문에 마음의 곤고함이 없습니다.
몸이 고달파도 마음이 별로 괴롭지 않으니 그렁저렁 살아가려는 맘이 많습니다.

그래서 복음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이 시골입니다.
우리 마을에도 믿는 분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믿었다가는 왕따 당하는 분위입니다.

주일날 교회에 가다가 이웃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딜 가슈?] [교회 갑니다.][ 어딘데요?][서울 삼성역 부근이에요.][ 왜 그렇게 먼 교회를 다녀, 이 동네에도 교회가 있는데 아무데나 가까운데 다니지 그래.]

그분에게 남편이 전도했더니 교회 다니면 농사가 더 잘되느냐고 하며 약간 비웃는 표정을 하더랍니다.
거의 노인인 마을 분들은 귀는 닫혀있고 마음은 돌덩이 같습니다.
자기 살던 대로 살려는 고집이 꽉 차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다 도시로 나가 옹고집 노인들만 남은 시골에서 개척한 교회는 진짜 부흥하기 어렵겠다는 맘이 듭니다. 겨우 전도사님이 꾸려가시는 마을교회에는 그저 성도가 너댓분입니다. 그것도 이 동네 사람이 아닙니다.
시골에 살아보니 고통과 죄와 욕망이 들끓는 도시에 교회가 많은 것이 이해가 됩니다.

부도와 바람과 중독 우울증 등등으로 죽을 지경이 되면 찾지 않을 수 없는 분이 하나님인데 여기는 이런 눈에 보이는 큰 죄들과 고통이 없어서 다 자기 힘으로 삽니다.

평화로운 라이스 사람들이, 세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멸망당했듯이 매일 큰 걱정 없이 일하고 종종 삼겹살 구워먹고, 소주 마시며 서울 간 자식들 잘 사는 소식에 흐뭇해하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진멸될까 걱정됩니다.

이들이 우리 지체들을 보면 굉장히 무시할겁니다. 예수 믿으면 그렇게 찌질이처럼 사느냐고 말입니다. 월세방에서 허덕이고 남편은 소주에 취해 주먹 휘두르며 자녀는 가출한 가정을 보면 아마 교회를 다니면 저주를 받는거라 여겨 머리를 휘저을겁니다.

모종을 심다가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보며 평화로운 것이 사실은 슬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가 구원을 가로 막는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고 저주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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