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암탉이 떠들어야./최송희

이웃집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해서 병문안을 갔습니다.

자궁수술을 받은 할머니는 약하고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칠십이 넘도록 평생 밭일에서 헤어나지 못한 할머니는 손가락 관절부터 무릎관절, 허리 등등 어디 성한 데가 없으십니다. 할머니의 며느리가 대뜸 시아버지 흉을 봅니다.
[우리 아버님은 평생 어머님 고생만 시키셨어요.]

할아버지는 회의다 모임이다 하시면서 밖으로만 다니시고 정작 힘든 농사일은 다 할머니를 시키셨답니다. 자녀들이 돈이 헤픈 할아버지 대신 할머니에게 돈을 드리면 그 돈 다 뺏어가곤 하는데 순한 할머니는 성질 있는 남편에게 꼼작 못하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어디서 암탉이 떠들어? ]하면서 면박을 주시는 분입니다. 할머니가 퇴원하신 며칠 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시는 걸 만났습니다.
[어디 가세요?] [밭에 일하러 가야지.]

아직 몸조리해야 할 때인데 할아버지는 벌써 할머니를 밭에 데려갑니다.
할머니를 아끼지 않는 할아버지가 밉상스럽습니다.

고달픈 한평생을 사신 할머니는 성질 나쁘고 잘난체하며 아내를 부려먹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외로움과 두려움 보다는 지랄 같은 남편이 낫다 여기고 사셨을 겁니다.
웬수 같은 남편과 헤어진 우리 지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외로움과 두려움 입니다.
때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외로움에 혼자서 어쩔 줄 모르다가 무너지듯 참이슬 한 병을 비우거나 생 막걸리를 마시기도 한답니다. 이건 초등학교만 나온 분이나 하버드를 나온 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의지하며 살아도 연약하기에 인간적인 외로움이 해결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남자를 만나기도 하는 게 이해가 됩니다.
그나마 돈 많은 과부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마음이 참 짠합니다. 자녀라도 있는 분은 그래도 덜한데 자녀도 없는 분은 외로움의 추위가 훨씬 더 심합니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목장이 있기에 지체들은 무섭도록 외로운 시간들을 잘 버텨냅니다.

남편 없는 우리의 팔과부들은 주일마다 예배와 목장에서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눈물과 웃음이 범벅된 진한 시간 속에서 말입니다.

암탉들이 떠드는 공동체가 건강한 겁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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