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고구마 모종/최송희

그저께는 오후 내내 고구마를 심었는데 어제 이웃집 아저씨가 오더니 잘못 심었다며 고구마는 구멍을 파서 거기에 물을 준 후 모종을 심어야지 심은 후에 아무리 물을 줘봐야 말라 죽는다고 했습니다.

오후 내내 다리가 아프도록 모종을 심은 것이 헛일이 되자 화가 나서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심게한 남편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그대로 둘수는 없는 일이어서 심은 모종을 다 뽑아서 일러준대로 다시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직도 서리가 오는 썰렁한 가평날씨때문에 냉해를 입을까봐 비닐도 덮어주었습니다.

그러고도 밤에는 추운데 낮에는 햇빛때문에 더운 날씨에 혹시나 모종이 더위 먹지나 않을지 걱정이 돼 작은 구멍이라도 뚫어줘야 하는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생명을 심고 제대로 키우는데에는 많은 힘이 들고 걱정도 들고 애도 쓰이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 목장에서 사람 살리는 일이 어찌 쉽겠습니까.

고구마를 심으면서도 연신 전화나 문자가 옵니다.
다 다급하고 힘든 사연입니다.

[A집사님이 오늘 남편과 이혼한다고 해요. 남편이 저녁에 서류 해온다네요. 어쩌면 좋죠.]
늘 남편과 전쟁을 벌이는 목원이 이제는 더 못참겠다고 이혼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당장.

[마리아가 우울증이 심해 남편을 때리고 아이들도 돌보지 않아요.]
예수님의 네번째 후손을 잉태한 우리 목장의 마리아가 우울증이 심한데 임신으로 약도 못먹으니 너무 힘이 드는가 봅니다.

밭고랑에서 걱정되고 힘든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또 합니다.
고구마 모종같은 그들이 죽지않고 제대로 자라나 주렁주렁 열매 맺는 날이 오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그리고는 밭두렁에 주저앉아 핸드폰으로 그들을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하며 설득하려 애씁니다. 제 말때문이 아니라 저와 목원들의 기도가 아브라함의 기도가 되어 그들을 살리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고구마나 가지가 죽으면 내년에 또 심으면 되지만 사람은 다시 심을수 없기에 롯을 위해 안타깝게 기도한 아브라함의 마음을,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있는 요즘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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