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청지기 삶/최송희

요즘 이웃에 멋진 통나무집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위치가 높은데 자리잡고 있어서 팔백평에 이층으로 지어지는 70여평의 통나무집은 꽤나 웅장해 보입니다.

통나무집의 주인은 서울에 살고있는 젊은 사람인데 별장용으로 짓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젊고 아름다운 부인과 토끼같은 어린 자녀들을 둔 그는 아마도 부잣집 아들인듯 합니다.
그는 집이 완공되면 주말에 내려와서 쉬다가 일요일날 저녁에 올라가는 생활을 하겠다고 합니다. 예의도 바르고 잘생긴 얼굴에 순해보이는 그는 예수님 믿지않는 아비멜렉인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농사일도 가르쳐주는 또 다른 이웃인 목장집은 벼농사에 밭농사, 그리고 소를 키우는 목장까지 하는 정말 바쁜 부부가 삽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소에게 먹이 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젖을 짜고 축사를 치우고난뒤 벼농사와 밭농사를 하다가 저녁에 또 다시 젖을 짜고 소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하다보면 늘 서너시간 밖에 못 잔다고 합니다.

목장집 부인은 가난하게 자라다가 밥이라도 잘 먹기위해 스무살이 되기 전에 농촌총각에게 시집왔는데 이제껏 죽어라 일만 하다보니 중년의 나이가 된 여인입니다.

물어보니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 처녀적에는 교회를 다녔는데 불신자 집안의 아들에게 시집오는 바람에 교회는 자연스레 끊어지게 됐고 또 일을 많이 하다보니 교회갈 틈도 없다고 합니다.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죽자고 일만 하며 살다 가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녀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녀처럼 허름한 농가에서 살며 일만 하는 인생과 멋진 통나무 집에서 주말을 즐기는 사람은 너무 다른 인생을 사는것 같지만 예수님이 없으니 결국은 똑같은 인생입니다.

지금 거처하는 곳이 저의 집이라면 저는 아마 통나무 집을 올려다보며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집보다 더 멋있잖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무소유의 인생이 되고보니 무엇에도 샘이 나지않고 덤덤해집니다.

웅장한 집을 지어놓고 그 집에서 몇일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며 좋은 집이라는게 별 쓸데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같은 집을 짓고 그 안을 꾸미느라고 시간과 마음과 돈을 쏟아붓다보면 그 집을 얼마나 애지중지 섬기며 살겠습니까.

남의 집에 살고 남의 땅을 갈아 농사를 짓지만 흙을 뚫고 나온 땅콩싹에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뻐하는 제 가난한 삶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강남에 있는 60평대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사람입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에서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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