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콩 목장에서 키질하기/최송희

뿌리 째 뽑아서 세워놓았던 콩이 다 말랐으니 터는 일을 해야 합니다.

깍지 속에 들어있는 콩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도리깨로 세게 두드려야 터져 나옵니다.

비닐을 넓게 펴서 타작마당을 만들어좋고 도리깨질을 하는데 밑에 있는 깍지까지 툭툭 터지게 하려면 세게 쳐야하니 계속 쳐대는 남편의 팔이 점점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도리깨질이 끝나자 밑에는 콩과 껍질과 흙이 뒤범벅되어 잔뜩 쌓였습니다.
이걸 구멍이 큰 체에 받쳐서 부스러기 걸러내고 작은 채에 받쳐 흙도 걸러낸 후 키질을 합니다.

검불이 잘 나아가도록 선풍기를 켜놓고 키질을 하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밑에는 콩이 떨어지고 그보다 먼곳엔 껍질이 떨어지고 가벼운 검불들은 공중으로 날아가 멀찌감치 덜어집니다.

이렇게 타작마당에서 도리깨질과 키질을 계속했더니 그래도 저녁무렵에는 콩이 몇 바구니에 수북히 담겨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밭고랑에는 눈에 띄지않아 남겨진 콩깍지들이 더러 있을겁니다.
그것들은 도리깨질도, 키질도 당하지않아 아주 편안하게 깍지 속에 있겠지요.

하지만 콩알로 나와 맛있게 먹히는 일도 못하고 그렇다고 밭에 뿌려져 씨로 심기는 일도 못하니 도대체 콩으로 태어난 의미도 모르고 그냥 서서히 썩어갈테지요.

내게 도리깨질 당하는 것 같은 고난이 오는건 맛있게 먹히는 인생이 되고 땅에 다시 심겨져서 열매 맺는 인생이 되라고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러나 도리깨질만 한 콩은 불순물이 너무 많아 먹히지도 심기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키질로 내 속의 검불과 껍질을 걸러내는 일도 해야하는 겁니다.

목장에서 하는 일이 바로 이 키질입니다.
도리깨질을 당하고 힘들어서 찾아온 지체들끼리 모여 앉아 말씀으로 키질을 하다보면 자꾸만 검불같고 껍질같은 죄가 풀풀 올라와 밖으로 털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윤이 나는 콩처럼 예쁜 목원들로 변해가는 걸 보게됩니다.

간혹 키질이 못마땅해서 떠나는 지체도 있지만 콩깍지에서 이미 나온 인생인지라 한바퀴 돈다음 다시 타작마당으로 돌아오겠지요.

까만 서리태와 노란 메주콩을 바구니에 담는 기분은 참 뿌듯합니다.
하지만 콩 목장에서 목원들이 콩으로 남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는 큰 기쁨입니다.

*출처:우리들교회 사이트 자유나눔 home.woori.cc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