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신 전원일기- 흉한 일/최송희

가평에 와서 산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서울에서 살던 삶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면 코가 시리도록 추운 곳이지만 잣나무 숲에서 내려오는 맑은 공기가 몸속 까지 씻어주니 걸핏하면 두드러기로 나타나던 알레르기 병이 없어졌습니다.
몸이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이상으로 마음도 정말 평안한 인생이 됐습니다.

남편도 서울에 살았으면 퇴직자들처럼 할 일이 없어서 오늘은 등산 가고 내일은 낚시 가고 하면서 시간을 죽이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을텐데 날마다 농사를 짓느라 바빠서 무료할 틈이 없고 열매가 열리길 기다리는 농부의 꿈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흉한 일이 많았던 2년의 시간동안 그 흉한 일들은 다 길한 일임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은 가진 걸 잃을까 염려할 때가 가장 힘든 법입니다. 그래서 흉한 일을 두려워합니다. 저희도 망하기 전에는 두려움으로 인해 남편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걸 지켜보는 저도 맘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정작 망하고 나니 남편도 저도 편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길한 일, 흉한 일을 단정 짓길 좋아합니다.
합격하면 길한 일, 망하면 흉한 일, 돈 많이 벌면 길한 일, 병이 들면 흉한 일이라 합니다.
그러나 길한 일이 흉한 일이 되고 흉한 일이 길한 일로 변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옛날에 농부가 애지중지 기르던 암말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버렸습니다.
말이 귀하던 시절이라 큰 재산을 잃은 농부가 슬퍼하자 그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 이 일이 흉한 일이라고 어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느냐? ]
일 년 후 암말이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숫말 한 놈을 데리고 왔고 새끼까지 낳았습니다.
사람들이 다 축하하자 이번에도 농부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 이 일이 길한 일이라고 어찌 단정 지을 수 있느냐? ]
며칠 후에 농부가 새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안됐다고 위로하자 아버지가 또 말했습니다.
[ 이 일이 흉한 일이라고 어찌 단정 짓느냐? ]
얼마 후에 전쟁을 일으킨 왕이 젊은이들을 전쟁에 내보내 거의 다 죽었는데 농부는 다친 다리 때문에 나갈 수 없어서 살아남아 홀로된 아버지를 봉양하며 살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저희는 흉한 일을 많이 당했습니다.
망하고 자녀가 아프고 남편이 감옥까지 가는 흉한 일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주님은 농부의 아버지처럼 말씀하셨습니다.

[ 이 일이 왜 흉한 일이라고 단정짓느냐? ]

올해가 저물어 가는데 내년에는 또 어떤 흉한 일과 길한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점쟁이를 찾아가지만 저는 그저 흉한 일을 길한 일로, 길한 일은 흉한 일로 해석하며 한해를 맞이할 겁니다.

*출처: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home.woori.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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